Tibet

 

* 늘 가기전에 이번엔 다니면서 여행일기좀 제대로 써야지 하고선;; 이번에도 어김없이 최악 엉망으로 여행기를 썼어요 -_-;;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여행기도 처음인 것 같네요^^;;

 

 

2003년 8월 31일

 

8월의 마지막날, 내일이면 개강인데... 나는 이 곳을 떠난다.

프로젝트가 바뀌어 1년동안의 고생이 헛 것이 되었다는 말을 핑계로.....

티벳이 어떻게 해서 내 여행지로 정해지게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런 일은 처음인데 -_-;; 1주일만에 다녀올만한 여행지를 찾다보니 그랬던 것 같은데...

사실은 몽골에 갈까 하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는데...

물론 티벳이나 네팔... 히말라야가 보이는 쪽이야 오래전부터 그리던 곳이긴 했지만, 어찌보면 참 의외다.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도 누가 장래희망이 머에요? 라고 물어보면.. 히말라야 밑에서 도 닦는 거요 라고 해왔었지만 -_-....

아무튼 갑작스레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되고 준비를 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짧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성도에서 라싸로 가는 비행기편이 빨리 있길 바라면서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작은 비행기에.. 왠 스님들이 잔뜩 탄다. 승무원들에게 와인 주세요~하면서

해산물 든 밥도 잘들 드시고 말이지.

공항에서 교통빈관을 찾아가는 것이 약간 힘들었다. 국내선 청사앞에서 운행되는 버스를 탔으면 편했을 것인데..

국내선 청사가 보이질 않아서 -_-; 물어보면 될 것이지.. 여행 초반에는 좀 어리버리 하는 감이 있는 것도 같다.

탈탈거리는 303번 버스를 타고 2층짜리 16번버스를 타서 인민남로 2가 쯤에서 내려서 걸어서 갔는데..

찾아 가는 길을 김미화라는 조선족 동포 여자분이 도와주셨다. 아유, 감사해라 ^-^

 

3인실 도미토리에는 일본여자아이가 한 명 있다.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 라싸.

빈 침대의 주인 또한 한국인인데 그 여자 또한 라싸로 간다고 말한다.

오호라, 다들 티벳으로 가는군... 교통빈관 아래 안쪽에 있는 여행사에서 라싸로 가는 비행기표를 장만하고,

내일 떠날 수 있다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쫄래쫄래 교통빈관을 나선다.

오늘 오후에 다녀올 곳은 무후사. 유비와 제갈량의 무덤이라길래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삼국지 생각을 하면서...

교통 빈관 바로 앞에서 82번 버스가 무후사 바로 앞까지 간다. 학생 요금 15원으로 무사히 입장.

또 느끼는 것이지만 어딜 가나 중국에는 왜 이리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무후사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떠나오기 전에 선생님께 성도로 해서 라싸로 들어간다고 했더니..

선생님 왈 “옛날 삼국지에서는 성도가 중국의 서쪽 끝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한 가운데지” 하면서 중국 지도 한 가운데를 짚어보이며 아는척 하시던 생각도 나고^^;; 삼국지의 여러 등장인물상들도 나름대로 특징이 있어 재미있고, 유비의 묘라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있었다.

무후사를 나와 인민공원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인민공원에서 내려 인민서로를 지나 인민중로로 해서 마오 동상이 있는 곳까지 왔다. 삼성과 LG의 광고 간판이 크게 보이고 커다란 마오의 동상이 인상적이다. 중심가답게 KFC와 맥도날드도 눈에 뛴다. 백화점들도 들러보았는데 2년전과는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면서 마주친 우리나라 여자들과 다를바 없는 차림새의 예쁘고 키 큰 여자들에게도 놀랐지만..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도 그새나 이렇게 세련되어지다니.. 놀라울 뿐이다. 거기다 높은 빌딩들의 공사도 한창 진행중이다.

성도가 이 정도라면 북경은 더 대단하겠군... 하는 생각에 궁금해진다.

 

날씨는 생각보다 시원하다. 꽤 더울줄 알았는데... 며칠 비가 내려 시원해졌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예상 외다. 하지만 스쳐지나는 바람이 기분 좋다.

교통빈관은 강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나는 이 강가를 따라 걸어들어가는 길이 좋았다.

그 길의 한 벤치에서 끄적거린 메모는 이렇다.

‘중국에는 분명 바람이 분다. 난허 위의 다리를 건너다 잠깐 난간에 기대어 흘러가는 강물을 멍하니 쳐다보다 다시 올려다본 꽃봉우리 모양의 가로등엔 어느새 불이 들어와 있었다. 세찬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나는 라싸로 간다.‘ 

중국의 하루가 다른 발전상과 깨끗하진 않지만 바람 부는 강가에서 조금은 감상적인 마음이 들었던가 보다. 강을 끼고서 야경이 아름답지 않은 도시는 별로 보지 못했지만 성도 역시 아름다운 불빛들로 가득하다. 

 

돌아온 숙소에서는 이미 오래 중국을 여행하고 있는 미영 언니를 만나 여행중 있었던 얘기와 여행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얘기하고 라싸의 야크호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옆방의 세 한국 여자분도 내일 나와 같은 비행기로 라싸로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9월 1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픽업되었다. 한국인 여자 3분과 나, 미국인 2명, 이스라엘 커플.. 모두 라싸로 간다.

아까운 공항세 50원을 내고 -_-; 탄 라싸행 비행기는 내가 성도에 올 때 타고 온 비행기보다 더 크다.

하루에 성도-라싸 편이 5-6편 정도 있는 걸로 아는데.. 머 이리 오가는 사람이 많은지.. 값도 비싼데 말이야 -_-

나름 꺼얼무에서 라싸로 육로로 들어가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나였는데...

맛없는 기내식을 한 번 주고 라싸에 도착. 와! 무언가 다른 느낌이다. 하늘도 탁 트인 것 같고.

생각만큼 파랗지는 않았지만 구름이 멋있어서 용서한다 ^^;;

 

공가 공항에서 라싸로 가는 데에는 1시간 40분쯤 소요된다고 이미 들었지만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것 같고 엉덩이도 아픈 것 같고.. 가는 길이 지겨운지. 가는 버스의 티비에서는 라싸 찬가쯤 되는 노래의 뮤직 비디오를 중국어로 부르는 것을 틀어주고 있는데 사실 기분이 별로였다. 티벳어로 불러야지 왠 중국어야! 나아쁜 중국넘들! 하면서 말이다 ^^:;

 

아무튼 야크호텔로 우르르 몰려가 보통방 2인 50원짜리 방을 잡고.. 오늘은 고산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많이 먹고 푹 쉬자는 생각에 언니들과 시내를 한 번 휘둘러 보고 타쉬1에서 소문난 치즈 케익도 먹고 하면서 딩가딩가 보냈다. (카일라스로 가는 그 3명의 한국분들과 가기전까지 계속 같이 다니게 되었다. 왕언니와 소영언니,은영이와...)

언니들이 카일라스 갈 준비를 하는 데를 따라 다니고 하느라 여럿이 다녀서 마음먹은대로 일정을 진행할수 없는 면도 있지만.. 같이 다니는 것도 나름 재밌고 또 본의 아니게 많이 얻어먹게 된다^^;; 


 

9월 2일

 

아침 늦게 일어나 또 언니들 따라다녀주고 하다가^^:;

- 언니들이 카일라스 갈 때 필요한 옷과 장비들을 사는데를 따라다녔는데, 라싸에는 이런 장비점들이 많았다. 노스페이스(짜가겠지^^;) 옷을 파는 한 가게에는 영어도 잘하고 팝송을 틀어놓고 따라부르는 한 청년이 있었는데, 한족인지 장족인지 구분이 안 가서 --; 물어봤더니.. 티벳탄이라고 하면서 중국인처럼 보이느냐고 했다. 흐음; 티벳의 젊은이들 역시 이렇게 개방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게로군. 하는 생각이... -

혼자 구경한다고 빠져나와버리는게 미안한 생각도 들고 무리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오전이 어영부영 지나가고.. 이 호텔 저 호텔 메모판 보러다니고 하다가..

스노우랜드에서 티만사에 있는 정해오빠와 형근씨, 삼성 분들 몇분을 만나고 내일 사미에에 같이 가기로 약속하고 또 티벳에 대한 저서가 많으신 김규현 선생님도 우연히 만났다. 점심을 먹고서는 언니들과 조캉을 둘러보고 (입장료를 내지 않으려고 2층으로 바로 올라가는 바람에 1층은 모른다 -_-;) 헤어져 나는 바코르를 더 돌아보기로 했다.

바코르 코라와 더 넓은 링코르 코라의 일부도 돌아 멀리 한바퀴 돌아서 바낙솔, 키레이 호텔을 전부 지나 야크로 돌아왔다. 여럿이 돌아다닌 것도 좋지만 역시 이렇게 혼자서 여행지를 만끽하는 기분이 더 좋다.

 

아까 만났던 정해오빠가 6시에 야크 앞으로 우리를 데리러 오기로 했고 김규현 선생님께도 6시에 야크 앞에서 만나자고 말씀드렸다.  야크로 돌아와 은영이와 다시 메모판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가 한국어로 말을 건다. 그때까지 우리는 야크에는 한국인이 정말 안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인처럼 안 생겼다고 생각되는^^:; 한국인이어서 잠시 놀라고 놀려준 후 남초에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의영오빠)도 티만사에 6시에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해서 같이 가려고 하는데 6시 반이 지나도록 김규현 선생님이 오시질 않는다. 더 기다리지 못하고 티만사 쉼터를 찾아갔는데 오늘의 메뉴는 닭도리탕인지.. 닭죽인지 암튼 내가 못 먹는 것이다 -_-;

정해오빠에게 미안하지만 나만 특별 볶음밥을 부탁한뒤^^ 즐겁게 밥을 먹고, 박태서 아저씨가 언니들 카일라스 가는 것을 도와주기로 해서 왕언니가 둔야에서 2차를 쏘시기로 하셨다. 둔야의 야크 스테이크는 맛있었고 분위기도 참 화기애애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왔다갑니다 하는 김규현 선생님의 메모가 남아있다. 좀 죄송하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 티벳에 대해 더 제대로 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이다.

언니들이 언제 카일라스에 갈지 확정이 되지 않아 언니들과 남초를 가기로 한 나는 일정이 애매하다.

어쨌든 내일은 사미에다!


 

9월 3일

 

아침 일찍 5명이서 랜드크루저를 타고 사미에로 출발했다. 원래 사미에는 내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곳이긴 한데, 간다고 나쁠 것이야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_-;

뒷자리의 4명은 좀 비좁고 문쪽에 앉은 사람들은 정말 추워한다.

2시간쯤 달려 사미에로 가는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다 찰때까지 배는 출발하지 않는다는 말에, 추위를 더 이길 수 없었던 우리는 작은 배 하나를 통째 세내어 얄룽창포 강을 건넌다. 볼때는 그렇게 멀어보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멀고 또 배도 직선으로 도강하는 것이 아니라 40분쯤을 비를 맞으며 모두 덜덜 떨었다. 강 건너에 도착했는데 버스가 기다리고 있지만 버스 역시 사람이 다 차야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언제 사람이 다 찰지 알 수 없어서 우리는 또 버스 한대를 통째 세낸다. 역시 한 40분쯤 걸려 드디어 사미에 사원에 도착한다.

사원은 많이 파괴된 것인지 규모는 작다. 입구에서는 역시나 입장료를 받고 있다. 나는 낼까 말까 쌩하고 지날까 고민하는데 다들 돈을 낸다. 나도 입장권을 사고, 추운 김에 차나 얻어먹자는 생각에 차 한잔을 부탁했다. 보온병에서 따라져 나오는 저 누런색.. 말로만 듣던 악명높은 야크버터티인가 보다. 짭짤한 것이 역겹지 않고 생각보다 먹을 만하다. 하지만 더 주시려는 것은 바로 사양 -_-;

왕언니는 오자마자 린포체를 찾는다. 나는 이런 사원에 (물론 티벳 최초의 삼보를 갖춘 사원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린포체가 있을까 의아하긴 했지만, 린포체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말도 애매하고 아무튼 주지 스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 선선히 오케이. 주지스님을 만나러 올라가다 선물도 없이 가면 어떡해.. 머 이런 얘기를 하다 까따를 생각해 내고 까따를 사 들고 올라갔다. 5명이 나란히 까따를 받고 박태서 아저씨의 통역으로 주지스님(캄포라고 하시는데;;) 사미에사원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꼼꼼히 사미에 사원을 구경하고 사원 앞의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다시 같은 길로 하여 야크로 돌아왔다. 박태서 아저씨가 내일 가시기도 하고 어제 왕언니가 쏘신 데 대한 답으로 또 티만사에서 저녁을 먹고 타쉬로 몰려갔다. 야크 스테이크와 야크 버거를 비롯.. 여러 가지를 또 두둑하게 먹었다 ^-^


 

9월 4일

 

언니들이 카일라스로 가는 문제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더 이상은 언니들을 기다려줄 수 없을 것 같아 오늘은 혼자 점심 쯤 되어 날이 맑아지자 포탈라로 나섰다. 엄하게 정문 계단길로 올라가는 바람에 힘은 힘대로 들고 입장료 100원도 안 낼수 있었는데 내게 되고 -_-; 돈도 냈으면서 기념으로 표도 못 가지고 말이다.

이리저리 포탈라를 구경하고 내려온 것은 3시경. 노블린카쪽까지 걸어가볼까 생각했으나 너무 힘들다.

노블린카도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냥 어떤가 앞쪽까지 구경이나 가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세라에나 갈까 생각도 했으나 힘들다. 야크로 우선 돌아오니 언니들은 없고 언니들은 내일 카일라스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한 편으로 모이게 된 남초,조장을 같이 갈 사람들도 다 모아진 것 같다.

잠시 쉬다가 다시 노블린카 앞으로 가본다. 60원이나 하는 노블린카 앞쪽에서 돌아 예정대로 5원 학생요금을 내고 티벳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박물관은 여느 박물관못지 않게 잘 전시되어있다. 전시품이 많은 것은 아니나 5원 정도면 볼만하고 개인적으로 나는 미술관,박물관을 참 좋아한다.

다시 돌아와서 오늘도 역시 티만사에서 정해오빠와 형근오빠가 해준 맛난 밥을 먹고 언니들은 나머지 준비를 위해 먼저 나가시고 정해,형근,의영 오빠와 티엔차를 마시러 조캉 앞으로 나갔다. 마시려던 집에서 마시지는 못했지만 난 티엔차가 참 좋다. 내가 제일 많이 마셔댄거 같다^^;

다시 쉼터로 돌아갔다가 언니들이 기다릴 것 같아서 야크로 돌아왔더니 역시 언니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다 미안하게 왕언니는 그동안 같이 다녀주느라 시간 많이 쓰게 한거 같아 미안하다고 불상 비슷한 것을 선물로 주셨다^^;; 내일 언니들과 헤어지니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보려고 했으나 카일라스로 같이 가는 스님이 오시는 바람에 은영이와 나만 따로 나와 쉼터로 다시 갈까 하는데 쉼터 아파트 대문은 12시에 잠긴다고 한다.

할수 없이 은영이와 의영오빠와 셋이서 밤늦게까지 하는 야크 건너편의 바에서 맥주를 마신다.

거의 새벽 2시까지 마시고는 나는 내일 남초로, 언니들은 카일라스로 떠난다.

사실 나보다 한살 많은데 은영이는 날 동갑처럼 편하게 해주어 좋았고 또 신경도 많이 써주어서 내심 고마웠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한 것 같다.


 

9월 5일

 

기다리던 남초 호수로 가는 날이다. (남초의 초가 티벳어로 호수라는 뜻이라 남초 호수라고 하면 말이 중복되는 셈이지만, 머 그런 케이스가 어디 한둘인가? ^^: 사하라 사막만 봐도 그렇지..ㅎㅎ)

랜드 크루저는 900원에 5명이 타고 가기로 되었다. 남초로 가는 길은 약간 어려움이 따르는 길이었다.

남초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높은 고개에 눈이 와서 랜드크루저가 자꾸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러나 또 점심때가 되어가자 말짱하게 개고 햇님이 나면서 눈이 녹아 무사하게 12시반 쯤 남초에 도착한다.

뒤로 7000미터 급의 설산 고봉들이 보이는 남초는 정말 멋졌다. 와우! 정말 빼먹으면 안 될 곳이다.

코라를 돌고 있는 티벳 사람들도 모두 평화스러워보이고 천진스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다.

햇살이 좀 따사롭긴 하지만 마음도 편해지고 평화스러운 그런 느낌의 남초에서 3시간쯤을 보내고 다시 라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는데 마음이 무거운 일이었다. 교통사고에 대한 대처는 너무나 미흡하여 역시 아직 중국은... 이란 생각을 들게 했다.

언니들이 없어서 먼가 좀 허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시 그새 정이 들었나보다^^;

 - 티벳에서 랜드크루저를 렌트한 것이 3번인데(사미에,남초,조장) 이 다른 운전사 아저씨들은 얼굴도 잘 기억 안나는데, 남초호수로 갈 때의 운전사 아저씨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정말 순박하게 티벳탄처럼 생겼는데, 다른 운전사들은 하나도 못하는 영어를 좀 했고, 고장난 4륜구동으로 눈이 와서 미끄러지던 남초 가는 길을 못가겠다고 빼던 모습과 계속 뒤를 힐끗거리며 히로의 웃음소리를 따라하던 것,빵과 야크치즈를 산다고 차를 멈출 때 그 눈치보던 표정이나 교통사고 현장에서 교통사고를 낸,너무 닮아 가족처럼 보이던 운전사를 돌봐주던 모습 등이 기억난다. 아저씨가 안전하게 운전잘하시면서 계속 행복하길 바란다. 

 

 

9월 6일

 

원래는 정해오빠와 세라나 다녀오려고 했으나 조장을 월요일에 보러 가게 되어 오늘,내일이 아니면 시가체나 간체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의영오빠와 함께 시가체로 출발했다. 38원짜리 제일 싼 버스를 타고 갈까 했으나 어찌어찌하다보니 1인당 80원짜리 랜드크루저를 타고 가게 되었다. 버스로 7시간쯤 걸리다는 길은 랜드크루저로 가니 5시간여만에 도착한다. 랜드크루저 기사아저씨의 운전 솜씨는 좀 아슬아슬했지만 빨랐다. 차도 최신형 4500이고. 계속 음악을 틀어놓고 운전 하셨는데 나도 그 음악이 익숙해서 좋아져버렸다. 오기전에 그 음악테잎이나 구입해볼까 했는데 잊어버렸네^^:;

 

셩캉빈관에 방을 잡고 3시쯤 타쉴훈포 사원을 보러 나갔다. 문화혁명때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는 타쉴훈포는 잘 정돈되어 있고 규모가 있는 사원이었다. 비가 좀 오는 가운데 타쉴훈포를 차례차례 다 구경하고 올드타운도 구경다니고 시장도 둘러보고 파괴된 시가체 종도 본 후에 이곳에도 타쉬 레스토랑이 있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곳의 야크 스테이크도 참 맛있었던 것 같다.

티만사의 정해오빠와 형근오빠는 하루를 못 볼 뿐인데 티엔차를 마시고 있으니 보고 싶어진다.

이제는 나의 타쉬델레 발음도 너무 자연스러운 것 같고 컬레슈 하면 컬레페 하고 받는 인사도 익숙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 뒤로 갈수록 짧아지는 이 여행기를 보시라 -_-;; )   

 

 

9월 7일

 

다시 라싸로 돌아온다. 간체에 가보고 싶었지만 월요일날 조장을 보러가기로 했기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간체를 가는 길에 볼수 있는 얌드록초도 포기하는 수밖에.

11시쯤 출발해서 4시쯤 라싸에 다시 도착. 오늘 하루는 이렇게 이동만 하다 지나간다. 그런데도 피곤하다.

돌아오니 드디어 꺼얼무를 지나 라싸로 들어온 미영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언니를 살살 꼬셔서^^: 내일 조장에 같이 가자고 하고 또 쉼터에서 재미있게(계란 15개 풀어서 계란전인지;; 계란말이인지 해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9월 8일

 

드디어 조장을 보러 간다. 남초와 조장은 꼭 가보려고 했었고 사람을 모아 랜드크루저를 타고 가야했기에 오기전에 약간 걱정했었던 면도 있었지만 이렇게 무사히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새벽 4시,쌀쌀한 밤공기를 가르며 조장터로 출발한다. 도착한 건 약 8시경, 너무너무 추운데 조장은 10시에 시작한다나-_-? 아궁이 앞에 모여 다들 벌벌 떨었다. 10시쯤 되자 마당앞에서 승려들이 중얼중얼 염불을 외우고 몇가지 의식을 하더니 곧 시체 3구를 매고 산 위로 오른다. 힘들게 올라간 조장터엔 수많은 독수리들이 모여앉아있고 우리를 비롯한 꽤 여러명의 관광객들이 있다.

자루에서 구부리고 있던 시체가 나오는데 시체를 펴고 끄는 모습이 마치 고깃 덩어리를 다루는 듯하여 가까이서 보고 싶지가 않았다. 약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시체를 포를 떠서 독수리가 먹기 좋게 해주고 독수리들은 서로 먹으려고 또 다툼을 벌이고.. 별로 자세히 보고 싶지는 않은 광경이었다. 어느 정도 다 뜯어먹히자 잘 정돈을 하고 뼈를 부수어서 뼈까지 독수리에게 다 먹힐 수 있게 하는데 뼈는 돌도끼로 잘게 부수어졌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해프닝은 카메라 사건인데.. 촬영이 금지되어있는 조장터 안에서 우리 일행중의 한 아주머니가 조장 광경은 아니고 뒷 쪽의 산을 찍으시다가 카메라를 뺏겨버린 일이다. 카메라를 부수어버릴 태세였으나 다행히 카메라는 부수지 않기로 하고 그쪽에서 필름을 달라고 했지만 디카에 필름이 있을리는 만무, 배터리를 빼주고 말았다.

조장 광경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계셨던 그 아주머니는 카메라를 뺏어가자 무서운 마음도 다 잊으시고 카메라를 찾으려는 일념으로 시체 가까이로 막 쫓아가셨는데, 나라도 그 상황이라면 무서움도 잊고 그렇게했겠지만,

이하부정관 이라는 말도 생각나고 아주머니에게 잘못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의 예의 아닌가, 같이 있던 미영 언니도 문화를 이해하는 여행자는 못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했다. 사실 여행을 다니다가 그 나라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하다 싶이 한 여행자들을 종종 볼때가 있는데 물론 여행의 목적이 그런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티벳이 어떻게 중국에게 당했는지, 달라이 라마는 독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왜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거부되는지, 중국의 발전을 위해 티벳의 자연환경은 어떻게 유린되는지, 인구 5만의 장족들 사이로 20만의 한족들이 이주하고 있는 상황은 티벳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조장을 할 수밖에 없는지, 티벳 불교와 밀교와 토착 종교와의 관계나 여러파들, 판첸라마나 달라이라마의 관계나 린포체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올 수도 있겠지만,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조장을 보고 내려오면서 나는 내가 조장을 보러 온 것 자체가 코미디란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무 연고도 없고 이해도 없는 한 사람의 장례의식을 호기심이란 이유만으로 구경한다는 것 자체가 교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봤으니 그런 후회라도 하고, 보면서 경건한 마음을 가졌으면 되었다고 위로해주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잔인하지만 티벳 사람들에겐 천당에 갈수 있다 하여 신성하게 바래지고 행해지는 조장이 구경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다시 조장을 구경하는 것이 금지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조장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없지만 조장을 행하는 사람들이 시체를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다루는 모습이 조금 마음 아팠을 뿐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조장을 행한다면 천형쯤으로 생각되겠지만, 이 곳에서는 제일 좋은 장례 방법으로 여겨지기에 문화의 차이가 상당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떤 충격으로 다가 오지는 않았다.

어디서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다른 문화에 속해 있는 내가 무어라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조장을 보고난 후에는 간덴사원에 들러가기로 했다. 굽이굽이 산을 올라가 그 꼭대기에 간덴은 참 아름다웠는데..

간덴 사원 곳곳을 둘러보는 일은 좀 힘들었다.^^: 아침부터 몸도 좀 피곤하기도 했고..


역시나 쉼터에서 저녁을 먹은 후 야크 앞에서 극적으로 은혜를 만났다. ^^ 정말 반갑고 이 곳이 티벳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타쉬에 가서 또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 잠이 든다.


 

9월 9일

 

정해오빠,미영언니,원종이언니와 아침 일찍 세라에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아침부터 비도 오고 나는 늦잠을 자 버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정해오빠가 상당히 기다렸다는데.. 정말 미안하다.

어쨌든 혼자서 빗 속을 뚫고 5번 버스를 타고 세라로...

아침 일찍이라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세라는 규모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비오는 길을 홀로 걷는 것은 나름대로 운치있었다. 메인 법당문을 내가 가자 9시가 되어가서인지 열어주고.. 문도 열리지 않는 법당 문앞에서 열심히 절하시는 늙은 라마분이 너무 좋아보여 나는 가지고 있던 달라이 라마 사진을 드렸다. 질은 별로 좋지 않은 사진이지만.. 좋아하시는 걸 보니 나도 기쁘다 ^^ 세라 메 대학은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장족들과 들어갔는데 장족들이 하는대로 하이그리바 상 밑에 머리도 쳐박고 했다. 근데 왜 나중에 머리가 이렇게 가려운 거 같은지^^: 기분 탓인가?

세라를 모두 돌아 본후 라싸로 와서 다시 3번 버스를 타고 드레풍으로 간다.

 

드레풍입구에서 내려 1원짜리 3발 천막 자동차로 사원 앞에 도착. 가운데길로 그냥 들어가니 입장료를 받는 사람이 없다 ^^; 드레풍은 여기저기 길이 파여있고 공사중이다. 드레풍도 규모가 있고 멋지다. 하지만 타쉴훈포와 간덴이 더 멋지다고 생각된다.  12시쯤 메인 법당을 보고 나오는데 라마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점심 내지는 공부를 위해서라 생각하고 구경도 할 겸 다시 법당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나 내 생각대로 1시쯤 되어 점심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 어린 라마들이 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옷자락을 펄럭이며 내는 소리와 뛰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잠시 졸다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기도 했다^^;; 야크버터티와 맨빵, 고기가 잔뜩 든 국수를 배불리 얻어먹고 까따까지 받고 아, 2층에서는 성수로 세례도 받았다. 재미난 경험 :)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드레풍에서 내려왔다. 이번에는 사원입구까지의 시골길을 그냥 걷고 싶어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걸었다.

 

다시 야크로 돌아와 좀 쉰 후 선물의 압박 때문에 바코르를 한 번 돌았다. 바가지를 좀 쓰면서 약간의 물건을 사고.. 마니차는 꼭 사고 싶었기 때문에^^;  돌아와서 정해오빠와 형근오빠, 의영오빠와 펜톡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얻어먹은게 많아서 저녁 한 번 사려했으나.. 오빠들이 끝까지 나를 양심불량으로 만들어버렸다 -_-; 정말 오빠들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정도 많이 들었고.. 이제 라싸를 떠나고 헤어져야 한다니 너무 아쉽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니..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이번 여행은 여기까지다.


 

9월 10일

 

10시 40분 비행기로 라싸를 떠난다. 급하게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는 성도로 간다.

성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생각뿐이다.

성도에서 어영부영 보낼 수 밖에 없는 시간이 너무 아쉽다.

방안에서 그냥 놀수는 없어 82번을 타고 두보초당에 다녀오고, 지난번 교통빈관을 찾는 것을 도와주어 오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던 미화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파서 병원이라 하여.. 혼자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섰다. 론니에 나온 핫팟은 없어지고 공터 뿐이라 진마파두부에라도 가야겠다 싶어 다시 82번을 타고 나섰다.

마파두부.. 머 그렇게 맵고.. 자극적인지 -_-; 입안이랑 입술이랑 마비되는줄 알았다. 쯧.

달이 밝고 참 크다. 내일이 추석이구나.... 돌아오는 길에는 택시를 탔는데 강가의 다리와 강변에 조명장치를 너무 잘 해놓아서 우리나라 못지 않았다. 이렇게 외관에 신경을 많이 쓸 정도로 중국도 발전하고 있구나...하는 생각.

교통빈관의 도미토리에는 일본인 여자가 한명 있다. 이제 곧 라싸로 간다고 하는데.... 이 여자에게 라싸의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해주다보니 라싸의 모든 것들이 바로 눈앞에서 손에 잡힐 것 같이 생생하다.

그것이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


 

9월 11일

 

오후 1시 50분 비행기로 서울로 간다. 아침에 여전히 할 일이 없다. 방안에서 뒹구르르 하는 건 질색이라 피곤했지만 또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인민남로의 남쪽으로는 가보지 않아서 슬슬 걸어내려가다가 사천대학 안으로 들어가본다. 사천대에서도 의대쪽이었던가 보다. 흰 가운을 입은 학생이 많이 보이고 주변엔 의학서적을 파는 서점들이 많다. 사천대로 들어가는 길은 연대의 백양로와 비슷하다. 왼쪽에 낡은 공대 건물과 거의 흡사한 건물도 하나 있고.

대충 한 바퀴 둘러본 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웨이팅 홀에서 제일 먼저 와서 기다리다가 이제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걱정되는 것들이 더 많은 현실이다.

그러나 여행도 내 삶이고 이 모든 것들이 내 삶의 일부다. 언제나 내가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삶에 임해야지..

하지만, 생각 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을 것 같은 여행이었다....... 

 

 *짧은 감상은 Travel Sketch에...